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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 청소년 도박이 더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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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알려준 사이트에서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걸었다. 처음에는 몇천 원이었고, 운 좋게 돈을 따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에는 잃었다. 손해 본 금액을 되찾으려고 다시 돈을 걸었지만 결과는 더 나빠졌다.

이런 상황은 성인에게도 위험하다. 하지만 청소년이라면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기 어렵고,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도박에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

청소년 도박이 더 우려되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가 어리기 때문만은 아니다. 위험을 판단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발달하는 시기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박과 또래 관계, 돈 문제가 한꺼번에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소년기에 한 번 도박했다고 평생 문제가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은 돈내기가 반복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과정을 일찍 알아차리는 것이다.

청소년 도박, 실제로 얼마나 하고 있을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는 전국 633개 학교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1만 3,48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도박을 경험했다고 답한 청소년은 4.0%였다. 2024년의 4.3%보다 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만 따로 살펴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 가운데 최근 6개월 이내에도 도박 경험이 있었던 비율은 19.4%로, 전년의 19.1%보다 소폭 높아졌다.

전체 경험률은 낮아졌지만, 이미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최근에도 이용한 비율은 조금 늘어난 것이다.

조사기관은 결과를 전체 청소년 인구에 적용해 도박 경험자를 약 15만 7천 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최근 6개월 이내에도 도박을 이용한 청소년은 약 3만 명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모든 청소년을 직접 조사해 센 인원이 아니라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계산한 추정치다.

도박 광고에 대한 노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의 54.0%는 도박 광고나 홍보물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경로로는 인터넷 배너·팝업 광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SNS 게시물이 꼽혔다.

청소년이 도박을 접하기 위해 반드시 카지노나 경마장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작부터 큰돈을 거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 도박을 생각하면 거액의 돈을 걸거나 온라인 카지노에 빠져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처음부터 큰돈을 거는 경우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친구와 돈내기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사이트에 호기심으로 접속할 수도 있다. 몇천 원 정도라면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고, 처음 돈을 땄다면 그 경험이 다음 시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25년 조사에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응답한 유형을 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35.8%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 미니게임 29.8%, 온라인 화투게임 17.2%, 온라인 스포츠 결과 돈걸기 16.0% 등도 포함됐다. 여러 유형을 경험한 경우가 있어 비율을 단순히 더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역할이다.

오프라인 도박은 특정 장소에 가야 하지만 온라인 도박은 접근 과정이 훨씬 짧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쉬는 시간이나 집에서도 사이트를 열 수 있고, 이용을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

청소년에게는 또래 관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친구들이 함께하는 돈내기를 거절하기 어렵거나, 자신만 빠지는 것이 싫어서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험성을 충분히 따져 보기 전에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모든 게임이 도박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과 우연한 결과에 돈이나 재산상 가치가 있는 것을 걸고 이익을 얻으려는 행동은 구분해야 한다.

문제는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처럼 느껴졌던 돈내기가 점차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잃으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되찾고 싶어질 수 있다’

도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중 하나는 돈을 잃고도 다시 돈을 거는 것이다.

가령 처음에 만 원을 걸었다가 잃었다고 해 보자. 여기서 멈추면 손해는 만 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돈을 되찾기 위해 다시 만 원을 걸고, 또 잃으면 금액을 더 늘리기도 한다.

이를 흔히 ‘손실 추격’이라고 부른다.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마음 때문에 도박을 계속하는 행동이다.

문제는 다음 결과가 이전의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에서 세 번 졌다고 해서 네 번째에 이길 가능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지금까지 잃은 돈을 생각하며 한 번만 더 해 보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는 이런 상황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성인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고, 돈을 잃은 사실을 보호자에게 숨기려는 마음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면 다음 도박에서 돈을 따야 한다는 압박까지 더해질 수 있다.

청소년기는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계속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청소년이 충동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즉각적인 보상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잃어버린 돈에서 끝나지 않는다

도박으로 돈을 잃으면 가장 먼저 금전적인 손해가 눈에 띈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의 문제는 그다음부터 더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빌린 돈을 도박으로 잃었다면, 이제는 돈을 갚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부모에게 사실을 말하기 두려워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려 이전 빚을 갚으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도박 문제는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인간관계의 문제로 번진다.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업 중에도 경기 결과나 도박 사이트가 신경 쓰이고,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확인하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수 있다. 도박에 몰두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공부나 취미에 쓸 시간도 줄어든다.

이런 변화가 모든 청소년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박 때문에 거짓말이 늘거나 돈을 빌리는 행동이 반복되고, 평소 생활까지 달라진다면 단순한 호기심으로 넘기기 어렵다.

특히 청소년은 학교와 가정, 친구 관계가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하나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영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도박 문제를 판단할 때는 얼마를 잃었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도박 때문에 생활과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청소년기에 예방이 중요한 이유

청소년 도박을 예방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어릴 때 나쁜 습관이 들면 평생 고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도박의 구조를 이해하고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청소년은 아직 돈을 관리하고 위험한 선택의 결과를 경험해 가는 시기에 있다. 이때 도박에서 우연히 돈을 딴 경험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거나, 잃은 돈을 되찾으려면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위험한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도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이런 생각을 점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이번에는 무조건 이긴다”고 말했을 때, 정말 근거가 있는 주장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깝더라도 다음 베팅이 손실을 없애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멈추는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

학교 예방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5년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82.8%가 학교에서 도박문제 예방교육을 한 번 이상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중학생은 90.0%, 고등학생은 87.5%, 초등학생은 70.3%였다.

또한 2026년 5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법률에 따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 대상 도박 예방교육을 연 2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다만 예방교육을 받은 비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그 교육이 도박 경험률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교육의 효과는 내용과 방식, 학생들의 실제 행동 변화까지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박을 무조건 금지하라는 말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왜 위험한지 이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런 변화가 보인다면 그냥 넘기지 말자

청소년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보호자는 화가 나거나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혼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먼저 평소와 달라진 행동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용돈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돈을 요구하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면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휴대전화 사용을 숨기거나 돈의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하는 행동도 다른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면 주의해서 볼 만하다.

물론 이런 행동 하나만으로 도박을 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이 돈을 빌리거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 사실이 확인됐다면 비난부터 하기보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얼마나 자주 했는지, 빌린 돈이나 갚아야 할 돈이 있는지 차분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미 도박을 반복하고 있거나 스스로 멈추기 어려워한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도박 문제를 겪는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국번 없이 1336으로 전화할 수 있고, 기관 홈페이지를 통한 채팅·게시판 상담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낙인을 찍는 일이 아니라,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한 번쯤은 괜찮겠지’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청소년기에 도박을 경험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인이 된 뒤에도 도박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작은 돈으로 시작한 도박을 가볍게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청소년 도박이 우려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 또래 관계의 영향, 아직 발달 중인 판단 능력, 제한적인 경제적 여건이 서로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더라도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행동이 반복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돈을 빌리거나 거짓말을 하게 되고, 학교생활과 가족 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얼마를 잃었느냐”가 아니다.

“잃고도 다시 돈을 걸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지는 순간부터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