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없던 시절, 어른들은 만화를 어떻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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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스마트폰만 열면 수많은 웹툰을 바로 볼 수 있다. 요일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올라오고, 앞선 내용이 궁금하면 화면을 몇 번 터치해 첫 회부터 다시 읽으면 된다.
하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만화를 즐기려면 먼저 책을 구해야 했다. 만화잡지 발매일에 맞춰 서점이나 문방구를 찾고, 용돈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보고 싶은 작품이 많으면 만화방이나 대여점으로 향하는 식이다.
당시 만화의 재미에는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책을 기다리고, 구하고, 친구와 나눠 읽는 경험도 포함돼 있었다.
네이버웹툰이 등장하기 전, 지금의 어른들은 만화를 어떻게 봤을까?

매주 기다리던 만화잡지의 시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여러 작품을 한 권에 묶어 선보이던 만화잡지는 지금의 웹툰 플랫폼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소년 만화잡지가 1988년 창간한 《아이큐점프》, 1991년 등장한 《소년챔프》다.
《아이큐점프》에서는 《드래곤볼》이, 《소년챔프》에서는 《슬램덩크》 등이 독자를 만났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연재돼 잡지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잡지 한 권을 펼치면 여러 작품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진다. 지금 하나의 앱에서 여러 웹툰을 골라 보는 것과 닮았지만, 구매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좋아하는 작품 한 편만 따로 사는 대신 여러 만화가 묶인 책 한 권을 사야 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작품부터 펼치다가, 다음 호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연재작에도 손이 가는 것이다. 관심 없던 장르라도 몇 회를 읽다 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한 작품 때문에 산 잡지가 새로운 만화를 만나는 입구가 되는 셈이다.
물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곧바로 이어 볼 수는 없다. 좋아하는 작품의 연재분을 다 읽고 나면 다음 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금 웹툰의 연재 요일을 기억하듯, 당시 독자에게는 잡지 발매일이 중요한 날짜였다.
잡지에서 본 만화는 단행본으로 다시 만났다
잡지가 여러 작품의 최신 이야기를 조금씩 보여주는 매체라면, 단행본은 한 작품을 이어 읽고 소장하는 방법이다. 연재분이 쌓이면 여러 회차를 한 권에 묶어 출간하므로, 잡지에서 중간 이야기부터 접한 독자도 앞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읽는 느낌은 달라진다. 잡지에서는 다음 회차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단행본에서는 흐름을 끊지 않고 여러 회차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최신 연재분을 챙기는 사람과 단행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취향이 나뉘는 것도 자연스럽다.
오늘날 웹툰을 매주 한 화씩 보는 독자와 완결 후 몰아서 보는 독자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좋아하는 만화를 책장에 한 권씩 채우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책등에 적힌 숫자가 차례대로 늘어나고, 마음에 드는 장면이 생각나면 해당 권을 꺼내 다시 펼친다.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자기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만 작품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진다. 수십 권짜리 만화를 여러 편 모으려면 용돈뿐 아니라 보관할 공간도 필요하다. 보고 싶은 작품을 모두 사기 어려운 독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만화방과 대여점에서 빌려 보던 만화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앞에서 무엇부터 읽을지 고르는 순간. 만화방과 도서대여점은 적은 비용으로 여러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 곳은 비슷해 보여도 이용 방식이 다르다. 만화방은 대체로 요금을 내고 그 자리에서 책을 읽는 곳이고, 도서대여점은 책을 집으로 빌려 간 뒤 정해진 날짜에 반납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가게에 따라 두 기능을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책을 직접 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권을 읽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가령 긴 이야기에 푹 빠져 7권까지 읽었는데, 책장에는 8권만 비어 있다. 9권이 바로 옆에 꽂혀 있어도 선뜻 집어 들기 어렵다. 다음 이야기를 건너뛰고 싶지는 않으니, 누군가 빌려 간 8권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가게를 찾아야 한다.
지금 웹툰 독자가 다음 화 공개를 기다린다면, 당시 독자는 이미 나온 이야기인데도 책이라는 물건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도 한 것이다.
이런 공간에서는 작품을 발견하는 방식도 다르다. 책장에 꽂힌 표지를 살피거나 가게 주인과 친구의 추천을 듣고 다음 만화를 고른다. 인기 작품의 신간이 자꾸 대여 중이라면, 그 빈자리만으로도 어떤 만화가 주목받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화방과 대여점은 책을 읽는 장소인 동시에, 다음에 읽을 이야기를 찾는 통로이기도 했다.

인터넷이 만화를 보는 방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만화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책을 구할 필요는 없어졌다. 개인 홈페이지와 온라인 게시판에서 짧은 만화를 접하고, 포털사이트에서도 작품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웹툰이 완성된 형태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종이 만화의 페이지를 화면으로 옮긴 서비스와, 웹에서 읽는 방식을 고려해 만든 작품이 함께 독자를 만났다. 네이버웹툰의 공식 연혁에는 2005년 12월 웹툰 서비스 정식 오픈이 기록돼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변화가 세로 스크롤이다.
종이책은 펼쳐진 페이지 안에 여러 장면을 배치한다. 독자는 컷의 순서를 따라 시선을 옮기고 책장을 넘긴다. 반면 웹툰에서는 화면을 아래로 내리는 동작에 맞춰 장면이 나타난다.
이 차이는 작가의 연출에도 영향을 준다. 컷 사이를 길게 띄워 독자가 잠시 멈추게 하거나, 화면을 내린 다음에야 뜻밖의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 단순히 종이를 화면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장면을 만나는 순서와 속도를 다루는 방법도 달라진 셈이다.
접근 방식 역시 바뀐다. 서점이나 대여점에 갈 필요 없이 컴퓨터에서 작품을 열 수 있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뒤에는 출퇴근길이나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이어 읽는다.
책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던 독자에게, 이제는 언제 어디서 읽을지 선택할 여지가 훨씬 넓어졌다.
그렇다면 종이 만화책은 사라졌을까?
웹툰이 대중화됐다고 종이 만화책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도 단행본은 출간되고, 좋아하는 작품을 책으로 모으는 독자가 있다.
오히려 이동 방향이 반대인 경우도 눈에 띈다. 종이책에서 출발한 작품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웹툰으로 인기를 얻은 이야기가 종이 단행본으로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미 화면으로 읽은 작품을 굳이 책으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리하게 읽는 것과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즐거움이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아 두고 생각날 때 펼치거나, 종이 지면에 맞춰 구성된 장면을 다시 감상하는 방식도 만화를 즐기는 경험이 된다.
다만 웹툰을 종이책으로 만드는 일이 화면을 그대로 인쇄하는 작업만은 아니다.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장면을 책의 페이지에 맞게 나누고, 컷의 크기와 배치를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읽는 방식이 다르니 같은 이야기를 담는 구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웹툰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다. 보관 공간 없이 여러 작품을 찾아보고, 새로운 회차가 공개되면 바로 읽을 수 있다.
독자에게 종이책과 웹툰은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으로 연재를 따라가다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만 책으로 모을 수도 있다.
종이책이 만화를 읽는 유일한 방법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이야기를 소장하고 다시 펼치는 즐거움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기다리는 방식만 달라졌다
예전 독자는 《아이큐점프》나 《소년챔프》의 다음 호를 기다리고, 단행본 신간이 나오면 서점으로 향했다. 대여점에서 비어 있는 권을 발견하면 누군가의 반납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의 독자는 스마트폰에서 다음 화가 공개되는 요일을 확인한다. 책을 구하러 다니는 수고는 줄었지만, 좋아하는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익숙하다.
달라진 고민도 있다. 과거에는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수많은 작품 가운데 무엇을 읽을지 고르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잡지의 다른 연재작이나 대여점 책장에서 찾던 새로운 만화를, 플랫폼의 추천 목록과 검색, 독자 후기를 통해 발견하는 것이다.
종이는 화면으로, 책장을 넘기는 손길은 스크롤로 바뀌었다. 만화를 만나는 장소와 방법은 달라졌어도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은 그대로다.
만화잡지 발매일을 기다리던 그 시절과 웹툰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지금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