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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금지곡의 비밀, 중독성 강한 노래의 과학 ‘이어웜’

역대 수능 금지곡을 소개하는 한국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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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가까워지는 10월과 11월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수능 금지곡’이다. 평소에는 신나게 따라 부르던 노래도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는 피해야 할 음악처럼 이야기된다.

책상에 앉아 영어 지문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노래의 후렴구가 머릿속에서 재생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틀어놓은 것도 아니고 일부러 떠올린 것도 아닌데, 한 번 시작된 멜로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노래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 걸까? 실제로 음악이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현상은 심리학과 음악인지 연구에서도 다뤄지는 주제다. 수능 금지곡이라는 재미있는 표현 뒤에는 인간의 기억과 주의력이 작동하는 방식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수능 금지곡을 알아보자

수능 금지곡에도 세대가 있다. 과거에는 반복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아이돌 노래가 대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K팝 히트곡뿐 아니라 SNS에서 유행한 짧은 음악과 밈까지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고 있다.

① 샤이니 — Ring Ding Dong (2009)

수능 금지곡의 상징적인 노래다. 제목을 반복하는 후렴구와 독특한 전자음이 강한 인상을 남기며,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수능 시즌마다 다시 언급된다. 흔히 ‘링딩동’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② SS501 — U R Man (2008)

일명 ‘암욜맨’으로 유명하다. 짧은 후렴구가 거듭 반복돼 같은 구절을 떠올리기 쉬운 곡으로, 링딩동과 함께 수능 금지곡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③ 에스파 — Supernova (2024)

강렬한 전자음과 반복적인 후렴구가 특징이다. 2024년 큰 인기를 얻었으며, 그해 수능을 앞두고 새롭게 주목받은 수능 금지곡 중 하나로 언급됐다.

④ 비비 — 밤양갱 (2024)

빠르고 강렬한 댄스곡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멜로디와 반복적인 가사가 귀에 남는 노래다. 2024년 수능 금지곡을 소개한 보도에서도 이름을 올리며, 느린 노래도 이어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⑤ 로제·브루노 마스 — APT. (2024)

2024년 수능 시즌 특히 화제가 된 곡이다. ‘아파트’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후렴구와 경쾌한 리듬이 강한 중독성을 만들어냈다. 노래가 공개된 시기와 수능이 가까웠던 만큼, 수험생들 사이에서 피해야 할 노래라는 농담도 퍼졌다.

⑥ 카니 — 매끈매끈하다 (2025)

2025년에는 정식 가요뿐 아니라 SNS에서 탄생한 짧은 밈도 수능 금지곡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출신 안무가 카니가 한국어 표현을 리듬감 있게 반복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고, 이후 음악과 춤을 결합한 챌린지로 확산됐다. 그해 수능을 앞두고 언론에서도 새로운 수능 금지곡 사례로 소개됐다.

이처럼 수능 금지곡은 2000년대 아이돌 후크송부터 최신 K팝과 숏폼 밈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곡의 길이와 장르, 유행하는 방식은 달라도 특정 구절이 머릿속에서 반복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음악은 왜 듣고 있지 않을 때도 저절로 떠오를까?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이어웜(Earworm)’이다.

머릿속에서 노래가 반복되는 ‘이어웜 현상’

음악을 듣지 않는데도 멜로디가 저절로 떠오르고 반복되는 현상을 흔히 ‘이어웜(Earworm)’이라고 부른다. 학술적으로는 ‘비자발적 음악 심상(Involuntary Musical Imagery, INMI)’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의도적으로 노래를 기억하거나 상상하지 않았는데도 음악의 일부가 의식 속에 나타나는 경험을 가리킨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소리가 들리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어웜을 경험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음악이 재생된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대체로 인식한다. 또한 노래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되기보다 특정 후렴구나 짧은 구절이 반복되는 일이 흔하다.

2020년 학술지 Psychonomic Bulletin & Review에 발표된 종합 검토 연구는 비자발적 음악 심상에 관한 기존 논문 33편에 포함된 47개 연구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음악의 특징뿐 아니라 개인의 경험, 기억, 주변 상황 등 다양한 요인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웜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이상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음악 기억의 한 형태다.

중독성 강한 노래에는 공통점이 있을까?

모든 노래가 똑같은 확률로 머릿속에 남는 것은 아니다. 음악 자체의 특징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켈리 야쿠보프스키(Kelly Jakubowski)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주 이어웜으로 경험하는 노래의 음악적 특징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약 3,000명의 설문 응답에서 보고된 노래들을 바탕으로, 이어웜으로 자주 언급된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음악적 특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이어웜으로 자주 보고된 노래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선율의 전체적인 흐름은 친숙하면서도 일부 음의 진행에는 독특한 특징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연구에서 자주 언급된 곡에는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 카일리 미노그의 ‘Can’t Get You Out of My Head’ 등이 있다. 서로 다른 곡이지만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와 특징적인 음의 진행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어웜 연구의 사례로 다뤄졌다.

물론 빠른 노래라고 해서 반드시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음악의 인기와 최근에 들은 경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수능 금지곡들의 반복적인 후렴구 역시 이런 연구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연구가 국내 수능 금지곡 여섯 곡을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므로, 각각의 곡이 동일한 원리로 기억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부하다가도 노래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험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가 떠오르면 평소보다 더 신경 쓰이기 쉽다. 조용한 공간에서 문제에 집중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어웜의 발생에는 최근 음악을 들었던 경험뿐 아니라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관련될 수 있다.

2015년 학술지 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참가자 40명이 일주일 동안 하루 여섯 차례 자신의 이어웜 경험과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수행 중인 활동이 마음의 방황(Mind Wandering)과 관련되고, 이러한 정신적 상태가 이어웜 경험과도 연결된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가령 책을 읽거나 문제를 풀다가 잠시 다른 생각으로 주의가 옮겨가는 순간, 이전에 들었던 음악이 떠오르는 경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연구가 공부할 때 이어웜이 다른 활동보다 반드시 더 많이 발생한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래가 떠오른다는 사실만으로 집중력이나 학습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어웜의 발생 원인과 실제 시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살펴봐야 할 문제다.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노래, 어떻게 대처할까?

머릿속에서 같은 노래가 계속 반복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참거나 억지로 잊으려 하기보다는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소개한 이어웜 연구에서는 떠오르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거나, 다른 음악으로 주의를 돌리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두는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노래를 끝까지 들어보기. 머릿속에서 특정 구절만 반복된다면 원곡 전체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보장되는 방법은 아니다.

둘째,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돌리기.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다른 과제에 집중하면 반복되는 멜로디에서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

셋째,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두기. 이어웜은 대부분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상이다. 떠오른 노래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지나가도록 두는 것도 하나의 대응이다.

시험공부 중이라면 무엇보다 음악이 떠오르는 순간 자체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다. 잠깐의 휴식 뒤 다시 읽던 문장이나 풀던 문제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공부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수능 금지곡이 매년 다시 화제가 되는 이유

샤이니의 ‘Ring Ding Dong’과 SS501의 ‘U R Man’은 2000년대에 발표된 노래지만 수능 시즌이면 지금도 이름이 등장한다. 당시 노래를 즐겨 들었던 세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새로운 수험생들에게는 독특한 후렴구로 기억되는 곡들이다.

수능 금지곡이라는 별명에는 시험을 앞둔 긴장감과 대중문화 특유의 유머가 함께 담겨 있다.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가 있다는 경험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인기곡이 온라인 영상과 SNS를 통해 다시 소개되면서 세대가 다른 사람들도 같은 노래를 이야기하게 된다. 누군가는 실제로 공부하다가 노래가 떠올랐던 경험을 공유하고, 누군가는 오래된 후크송을 다시 듣는 계기로 삼는다.

이처럼 수능 금지곡은 특정 연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시험철마다 과거의 음악과 새로운 세대가 만나는 대중문화의 한 장면이 됐다.

수능 금지곡은 익숙한 음악과 기억이 만나는 현상이다

수능 금지곡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노래가 중독적이어서만은 아니다.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와 반복적인 후렴구, 음악을 들었던 경험이 결합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도 노래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는 이어웜이라는 일상적인 기억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고, 문화적으로는 시험을 앞둔 사람들이 공유하는 유머와 추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수능 금지곡은 시험 성적을 떨어뜨리는 위험한 노래 목록이 아니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음악의 특징과 인간의 기억이 만나 만들어낸, 매년 수능철이면 다시 떠오르는 익숙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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