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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옛날 드라마, OTT는 왜 돈 주고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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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나 디즈니+, 티빙 같은 OTT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최신 영화와 신작 드라마 사이에 10년, 20년이 훌쩍 지난 작품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종영한 지 오래된 드라마도 있고, 지금은 제목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그런데 OTT는 이런 작품을 무조건 공짜로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방송사나 제작사가 권리를 가진 작품이라면 돈을 내고 일정 기간 스트리밍할 수 있는 권리, 즉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한다. 계약이 끝나면 다시 비용을 들여 갱신하거나 작품을 목록에서 내려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옛날 드라마를 OTT는 왜 굳이 돈까지 주면서 가지고 있을까?

OTT에 있다고 해서 모두 OTT 작품은 아니다

OTT 화면에 올라와 있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가 해당 플랫폼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자체 제작하거나 권리를 직접 보유한 작품도 있지만, 다른 방송사나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를 계약을 통해 서비스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OTT가 확보하는 것은 보통 드라마 자체의 소유권이 아니라 정해진 지역과 기간, 조건에 따라 작품을 제공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같은 드라마라도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볼 수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검색되지 않을 수 있고, 몇 년 동안 서비스하던 작품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공식 고객센터에서 외부 스튜디오와 콘텐츠 제공업체의 작품을 라이선스하며, 해당 권리가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거나 기간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령 어떤 방송사가 오래된 드라마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면, OTT는 그 방송사나 권리자와 계약해 작품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 다른 플랫폼이 독점적으로 서비스할 권리를 확보했다면 돈을 낼 의사가 있어도 당장 같은 작품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오래된 드라마가 OTT에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서버에 영상 파일 하나를 보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 작품을 서비스할 권리가 여전히 유효하고, 플랫폼이 그 권리를 유지할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오래됐다고 아무도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오래된 작품은 이미 볼 사람이 다 봤으니 시청 수요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했다고 시청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작은 공개 직후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과거 작품은 폭발적인 화제성 없이도 오랜 기간 꾸준히 소비될 수 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도 있고,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작품을 다시 찾는 사람도 있다. 인기 배우의 신작을 본 뒤 그 배우의 과거 출연작을 찾아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소수의 관심이 오랜 시간 쌓여 의미 있는 수요를 만드는 현상을 롱테일(Long Tai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옛날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작품의 시청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여러 작품의 수요를 합치면 무시하기 어려운 규모가 될 수 있다.

실제 시청 데이터에서도 외부 콘텐츠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Nielsen)에 따르면, 2023년 5월 미국의 스트리밍 시청 시간 가운데 약 60%는 외부에서 확보한 콘텐츠에서 발생했다. 모두 오래된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플랫폼 자체 신작만이 시청자를 모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시청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닐슨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18~34세 여성 시청자가 스트리밍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 25개 중 18개는 과거 기존 방송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작품이었다. 오래전에 첫 방송을 한 드라마가 새로운 세대에게도 충분히 선택받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된 콘텐츠의 수명은 마지막 회가 방송된 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가 계속 발견하고 다시 보는 한, 작품은 새로운 시청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작 하나가 옛날 시즌까지 다시 살린다

과거 콘텐츠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작품도 새로운 계기가 생기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기 드라마의 후속 시즌이 공개되면 이전 시즌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정주행하기도 한다. 출연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크게 유명해지거나 SNS에서 오래된 장면이 화제가 되는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이미 끝난 작품이지만 사람들이 다시 찾아볼 이유는 계속 생기는 셈이다.

새로운 OTT에 작품이 공개되면서 예상 밖의 인기를 얻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드라마 《슈츠(Suits)》다.

《슈츠》는 2011년 미국 USA 네트워크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2019년 종영했다. 방송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난 2023년,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피콕(Peacock)을 통해 스트리밍되며 다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닐슨에 따르면 《슈츠》는 당시 미국 스트리밍 주간 순위에서 12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그 12주 동안 시청 시간은 368억 분을 넘었다. 2023년 한 해 전체 시청 시간은 약 577억 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TV를 통한 스트리밍 시청을 집계한 수치로, 전 세계 시청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종영한 드라마가 몇 년 뒤 다시 그해 가장 많이 시청된 스트리밍 작품이 된 것이다.

물론 《슈츠》처럼 모든 과거 작품이 대규모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작품의 가치가 첫 방송 당시의 인기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접근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시청자를 만나면, 이미 끝난 드라마도 다시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옛날 드라마라고 해서 상품으로서의 수명까지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OTT가 옛날 작품을 전부 가지고 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과거 작품을 최대한 많이 가져다 놓으면 OTT에 유리하지 않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래된 콘텐츠도 결국 비용이 드는 상품이다. 권리자가 원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높을 수도 있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지역이나 기간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작품을 확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그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공식 고객센터에서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는 작품을 갱신할 때 권리의 확보 가능 여부, 지역별 인기, 라이선스 비용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 드라마를 매달 꾸준히 보는 이용자가 있더라도 계약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면 갱신을 포기할 수 있다. 반대로 폭발적인 인기는 없어도 꾸준한 시청 시간을 만들어 내고 계약 조건이 합리적이라면 계속 서비스할 이유가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자 안내 자료에는 이러한 판단 방식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작품별 예상 시청 시간과 이용자의 반응, 신규 가입자 유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비슷한 콘텐츠와 시청 시간당 비용을 비교해 라이선스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가령 두 드라마의 라이선스 비용이 같더라도 한쪽이 훨씬 많은 시청 시간을 만들어 낸다면 플랫폼에서 보는 효율은 달라진다. 물론 실제 계약에는 독점 여부나 권리 조건 등 여러 요소가 얽혀 있으므로 단순히 조회수 하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OTT에서는 작품이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거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등장하는 일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얼마나 오래됐느냐보다, 지금 확보할 가치가 얼마나 있느냐는 점이다.

옛날 드라마는 OTT의 ‘진열대’를 채우는 역할도 한다

OTT 이용자는 매달 구독료를 낸다. 그런데 앱을 열 때마다 볼 만한 작품이 몇 개밖에 없다면 구독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사람들의 취향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신작 액션 드라마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오래된 로맨스 드라마를 다시 보며, 또 다른 사람은 익숙한 시트콤을 반복해서 틀어 놓는다. 대형 OTT가 소수의 인기 신작만으로 모든 이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플랫폼에는 여러 취향을 받아줄 넓은 콘텐츠 카탈로그가 필요하다. 과거 작품은 이 진열대를 채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제작이 끝난 드라마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플랫폼은 권리와 서비스에 필요한 조건을 확보하면 기존 작품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제작비가 새로 들지 않는다는 것이 곧 라이선스 비용이나 서비스 비용까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과거에 인기를 얻은 작품에는 이미 알려진 제목과 등장인물, 기존 팬층이라는 장점이 있다. 시청자는 처음 보는 신작을 선택할 때보다 익숙한 드라마를 고를 때 부담을 덜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작품의 가치는 단순히 목록에 있는 제목 수를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어떤 이용자는 특정 옛날 드라마를 보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할 수도 있고, 다른 이용자는 익숙한 작품을 계속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구독을 유지할 수도 있다.

다만 개별 작품이 실제로 가입이나 구독 유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플랫폼 내부 데이터 없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OTT가 라이선스 계약을 평가할 때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와 시청자의 반응까지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오래된 드라마는 신작의 빈자리를 메우는 단순한 재고가 아니다. 플랫폼이 서로 다른 취향의 시청자에게 계속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오래됐느냐’가 아니다

OTT에서 오래된 드라마를 발견하면 쉽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저걸 누가 보지?”

하지만 플랫폼이 따져야 할 질문은 조금 다르다. 지금도 이 작품을 찾는 사람이 있는지, 앞으로 새로운 시청자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가 계약 비용에 비해 충분한지를 살펴야 한다.

오래된 작품이라도 꾸준한 시청자를 확보하거나 새로운 계기로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한때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라도 현재의 시청 수요가 적고 계약 비용이 높다면 목록에서 사라질 수 있다.

《슈츠》처럼 종영 후 다시 대규모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있지만, 모든 과거 콘텐츠가 그런 반전을 만들어 내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제의 중심에 서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조금씩 시청자를 모으는 작품 역시 플랫폼에는 의미가 있다.

어떤 작품은 공개 첫 주에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어떤 작품은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선택받는다. OTT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작품들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러니 다음에 OTT 목록에서 오래된 드라마 하나를 발견한다면, 이렇게 생각해 봐도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드라마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늘 처음 발견한 신작일 수 있다고.

참고자료 및 출처

닐슨 — 2023년 스트리밍에서 기존 라이브러리 콘텐츠의 역할

넷플릭스 고객센터 — 영화와 시리즈의 라이선스 확보 방식

넷플릭스 고객센터 — 작품이 서비스에서 사라지는 이유

넷플릭스 고객센터 — 국가별 작품 제공 여부가 다른 이유

넷플릭스 투자자 정보 — 라이선스 계약의 가치 평가 기준

닐슨 — 《슈츠》의 재흥행과 기존 콘텐츠의 가치

닐슨 — 2023년 TV·스트리밍 시청 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