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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는 싫다면서, 우리는 왜 영화 예고편은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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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말하지 마. 스포 당하기 싫어.”

결말은 물론이고 중요한 반전이나 등장인물의 운명까지 미리 알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같은 사람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예고편은 직접 찾아보기도 한다.

영화사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면 묘하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완성한 영화에서 가장 멋진 액션 장면과 웃긴 대사,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골라 개봉 전에 무료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이거 영화 내용 절반은 보여준 거 아니야?”라는 불평이 나올 정도다.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관객에게 영화사는 왜 중요한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왜 그걸 알면서도 예고편을 찾아볼까?

영화는 보기 전에는 좋은지 알 수 없는 상품이다

운동화를 살 때는 직접 신어볼 수 있고, 휴대전화는 매장에서 만져볼 수 있다. 음식도 사진과 메뉴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맛과 구성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돈을 쓰기 전에 판단할 단서가 있다.

영화는 조금 다르다. 재미있는지 정확히 알려면 직접 봐야 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미 표값과 두 시간가량을 쓴 뒤다. 관객 입장에서는 돈과 시간을 쓰기 전에 작품의 만족도를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영화사는 관객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출연 배우와 장르, 줄거리 소개, 평론가의 평가 등 여러 단서가 있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고편이다.

예고편을 보면 같은 액션 영화라도 현실적인 추격전에 가까운지, 화려한 특수효과를 앞세운 작품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코미디라면 웃음의 방식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공포영화라면 어떤 종류의 긴장감을 주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영화 예고편이 관객의 기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장르가 영화 내용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데, 출연 배우가 영화의 품질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고편은 이런 정보를 짧은 영상 안에 담아 관객의 판단을 돕는 역할을 한다.

결국 관객이 예고편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은 영화의 모든 내용이 아니다.

“이 영화에 내 돈과 시간을 써도 될까?”

문제는 그 질문에 답하려면 영화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너무 평범한 장면만 골라 놓으면 오히려 관객의 관심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왜 하필 제일 재미있는 장면을 미리 보여줄까?

두 시간짜리 영화에 엄청난 액션 장면이 하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장면을 영화관에서 처음 본다면 더 강렬한 놀라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고편에서는 아예 숨기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사에는 다른 고민이 있다. 그 장면을 숨겼다가 관객이 영화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놀라움을 경험할 기회조차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고편은 작품의 매력을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장면을 선택한다. 액션 영화에서는 추격전이나 폭발 장면을, 코미디에서는 인상적인 대사를, 공포영화에서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식이다. 모든 예고편이 반드시 가장 중요한 장면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앞세운다는 목적은 비슷하다.

그렇다고 장면의 앞뒤 사정까지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숨길 수 있다. 누군가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 장면을 넣되, 그 사람이 무엇을 봤는지는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관객은 눈앞의 장면을 이해하면서도 그 장면이 등장한 이유는 궁금해진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부 보여주되, 왜 벌어졌고 어떻게 끝나는지는 남겨두는 방식이다.

예고편이 만들어 내는 호기심은 바로 이런 정보의 차이에서 생길 수 있다. 영화사는 관객이 작품의 매력을 알아보기를 바라지만, 그 매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모든 이야기를 공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본 그 장면 언제 나오지?”도 영화의 일부가 된다

예고편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본 뒤 영화관에 갔다고 해보자. 영화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도 그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작은 궁금증이 남을 수 있다.

“아까 예고편에서 본 장면은 언제 나오지?”

이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기도 한다. 어떤 인물이 배신할 것 같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질 것 같은 순간, 예고편에서 본 장면과 연결해 보는 것이다.

이런 기대가 언제나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고편에서 중요한 장면을 너무 자세히 봤다면 실제 영화에서는 놀라움이 줄어들 수도 있다. 반대로 장면의 일부만 기억하고 있다면 그 장면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할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예고편을 본 관객이 영화를 완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짧은 영상에서 얻은 정보가 인물과 사건을 예상하는 단서가 되고, 실제 영화가 그 예상과 맞거나 어긋나면서 또 다른 감상 경험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영화사가 모든 예고편을 관객에게 특정 장면을 기다리게 할 목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예고편의 더 큰 역할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형성하는 데 있다.

2017년 발표된 영화 예고편 연구에서도 관객이 예고편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이해했다고 느낄수록 작품을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관람할 의향과도 연결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이해는 결말을 미리 안다는 뜻과 다르다. 어떤 종류의 영화인지, 어떤 갈등이 펼쳐질지 감을 잡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영화를 볼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스포일러는 싫어하면서 예고편은 볼까?

스포일러와 예고편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어떤 정보를, 언제, 얼마나 알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친구가 갑자기 영화의 반전을 말해 버리면 관객은 원하지 않은 정보를 듣게 된다. 반면 예고편은 직접 재생 버튼을 누르거나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정도 작품의 내용을 미리 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공식 예고편은 영화사가 홍보 목적으로 공개한 영상이므로, 관객은 대체로 결말이나 결정적인 반전까지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그런 기대가 항상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공식 예고편에 중요한 장면이 담겼다는 이유로 불만이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관객마다 허용하는 정보의 범위 역시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배우와 장르 정도만 알고 영화를 보는 편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예고편과 줄거리 소개를 확인해야 관람을 결정한다. 이미 결말을 아는 작품도 재미있게 다시 보는 사람이라면 스포일러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예고편을 보는 이유도 반드시 영화표를 살지 결정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2016년 발표된 예고편 관객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것 외에도 좋아하는 배우나 작품에 대한 애착, 문화적 관심,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등 여러 이유로 예고편을 본다는 점이 나타났다.

그러니 예고편을 즐겨 본다고 해서 스포일러를 싫어한다는 말이 모순인 것은 아니다. 영화에 관한 정보를 조금 얻고 싶은 마음과 중요한 이야기는 직접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고편도 너무 많이 보여주면 실패한다

문제는 영화사가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많은 장면을 공개하려 할 때 생긴다. 첫 번째 예고편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두 번째 예고편에서는 새로운 갈등을 공개한다. 개봉이 가까워지면 TV 광고나 SNS용 짧은 영상으로 또 다른 장면이 소개되기도 한다.

각각의 영상은 짧아도 여러 영상을 모두 본 관객에게는 공개된 정보가 쌓인다. 처음에는 영화가 궁금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주요 사건을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반전의 핵심이나 중요한 인물의 등장, 이야기 후반부의 결정적인 상황이 공개된다면 예고편은 기대를 높이기보다 영화가 주려던 놀라움을 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관객에게 적용되는 적정 공개 분량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장르와 이야기 구조,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같은 장면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액션 장면을 미리 보는 것이 기대를 높이는 사람도 있고, 그 장면을 극장에서 처음 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예고편을 만드는 일은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실제 관람에서 발견할 즐거움은 남겨두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적게 보여주면 작품의 매력을 전달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보여주면 관객의 기대를 해칠 수 있다. 예고편의 성공을 단순히 공개한 장면의 수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때로는 예고편이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관객을 유도하기도 한다

예고편은 영화의 내용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요약한 영상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고편은 작품 설명서라기보다 특정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편집된 마케팅 콘텐츠에 가깝다.

같은 영화라도 어떤 장면을 선택하고 어떤 음악을 붙이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진지한 드라마에서도 몇 개의 액션 장면을 모아 편집하면 긴박한 작품처럼 보일 수 있고, 긴장감이 강한 영화라도 유쾌한 대사를 앞세우면 가벼운 코미디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영화사와 배급사가 작품의 여러 특징 가운데 특정한 매력을 강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2012년 연구에서도 예고편 제작자는 배우나 장르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는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2006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비슷한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예고편에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을 확인했다. 예고편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객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편집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영화의 다양한 매력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선택하는 일은 홍보의 기본적인 과정이다. 다만 예고편이 만들어 낸 기대와 실제 작품의 성격이 지나치게 다르면,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서 속았다고 느낄 수 있다.

결국 예고편은 영화 전체를 공평하게 압축한 요약본이 아니다. 관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특징을 선택하고 강조해 작품을 보고 싶게 만드는 영상이다.

예고편은 영화를 보여주는 영상이 아니라 ‘보고 싶게 만드는 영상’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우리는 왜 예고편을 찾아볼까?

영화 내용을 전부 미리 알고 싶어서가 아니다. 어떤 작품인지 감을 잡고 싶고, 내 취향에 맞을지 판단하고 싶으며, 때로는 좋아하는 배우나 시리즈의 새로운 모습을 미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사 역시 관객이 작품을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매력적인 장면을 먼저 보여주지만, 실제 영화에서 경험할 이야기와 감정까지 모두 전달할 수는 없다.

여기서 관객과 영화사의 이해관계가 만난다.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에 어느 정도 알고 싶지만, 가장 중요한 즐거움은 남겨두고 싶어 한다. 영화사는 충분히 보여줘야 관심을 얻을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공개하면 오히려 관람 경험을 해칠 수 있다.

예고편은 이 두 가지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영상이다.

잘 만든 예고편이 반드시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다. 작품이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 전달하고, 관객이 스스로 그 경험을 선택하고 싶게 만들면 된다.

결국 예고편이 남겨야 하는 것은 영화의 정답이 아니라,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의 머릿속에 생긴 하나의 궁금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데?”

그 질문이 남았다면, 예고편은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Hixson(2006) — 관객의 장르 선호와 예고편 반응에 관한 연구, Springer Nature

Finsterwalder 외(2012) — 영화 예고편이 관객의 기대 형성에 미치는 영향, 캔터베리대학교 연구 저장소

Johnston 외(2016) — 예고편을 보는 관객의 다양한 동기,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Archer-Brown 외(2017) — 예고편의 이해도와 관람 의향 및 입소문에 관한 연구, 에든버러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