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우승이 박탈될 수도 있다고? 돈 많은 구단이 선수 사는 게 왜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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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돈 많은 팀이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오랫동안 거액을 들여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라이벌 팬들에게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과거 삼성 라이온즈가 적극적인 투자와 대형 선수 영입으로 강팀을 구축하던 시절,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장난 반 비꼼 반으로 ‘돈성’이라는 표현이 따라붙기도 했다.
반대로 키움 히어로즈처럼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지 않은 구단은 상대적으로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기 어려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도 야구팬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돈 있는 팀이 돈 쓰는 게 뭐가 문제야?
그런데 유럽 축구에서는 이 질문이 훨씬 복잡해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는 오랫동안 재정 규정 위반을 둘러싼 분쟁의 중심에 있었다. 2026년 9월 29일에는 독립위원회가 2009/10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의 중대한 재정 규정 위반을 인정했다.
맨시티는 이 판단에 불복해 10월 2일 항소했다. 2026년 10월 17일 기준제재 문제와 항소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구단주가 엄청난 부자라서 자기 돈으로 좋은 선수를 사겠다는데, 축구에서는 왜 그걸 제한하는 걸까?

양키스가 스타를 사 모으는 것과 맨시티는 뭐가 다를까?
‘악의 제국’이라는 별명까지 들었던 양키스를 생각하면 프리미어리그의 규칙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진다.
프로스포츠 구단도 결국 경쟁하는 조직이다. 돈을 많이 벌거나 부유한 구단주를 만난 팀이 그 돈으로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도 사치세로 불리는 경쟁균형세 같은 제도가 있다. 그렇지만 선수단에 얼마를 지출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제도와, 구단의 수입·손실·재정 상태까지 따지는 축구의 규정은 작동 방식이 다르다.
축구의 재정 규제가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썼느냐’만이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평범한 중소 구단을 세계적인 억만장자가 인수한다.
그 구단이 축구 사업으로 실제 벌어들이는 돈은 크지 않지만, 구단주가 매년 막대한 개인 자금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시장을 압도하는 이적료와 연봉을 제시한다.
아무런 제한이 없다면 구단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팬과 매출을 가지고 있는지보다 구단주의 개인 재산이 선수 영입 능력을 결정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구단주가 언제까지나 돈을 지원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와 장기 계약을 맺고 막대한 급여를 지급하던 구단에서 구단주가 갑자기 투자를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선수에게 지급해야 할 돈과 운영비는 그대로 남지만, 이를 감당할 수입이 부족해질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재정 규제를 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구단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출로 재정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고, 구단주의 재산만으로 경쟁 구조가 지나치게 흔들리는 것도 제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곧바로 반대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키움 같은 팀은 영원히 키움이어야 하나?
야구로 다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쪽에는 이미 거대한 팬층과 매출을 가진 초대형 구단이 있고, 다른 쪽에는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버는 작은 구단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리그가 이렇게 말한다.
“각자 버는 돈을 기준으로 선수에게 쓸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겠습니다.”
언뜻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작은 구단 입장에서는 묘한 문제가 생긴다.
큰 구단은 이미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계속 큰돈을 쓸 수 있다. 작은 구단은 수입 자체가 적으니 앞으로도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현재의 키움 같은 팀에 세계적인 부자가 나타나서 ‘내 돈으로 선수 사서 삼성 같은 강팀 한번 만들어보겠다’는데 그것까지 막으면, 작은 팀은 대체 언제 큰 팀을 따라잡나?”
바로 이것이 축구 재정 규제를 둘러싼 중요한 논쟁 가운데 하나다.
재정 규제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무제한 자본 투입을 허용하면 결국 구단주 재산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구단의 장기적인 생존보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과도하게 지출하는 일도 걱정한다.
반대로 비판하는 쪽에서는 외부 투자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이미 거대한 팬층과 상업 수입을 확보한 기존 명문 구단의 지위가 오히려 굳어진다고 본다.
새로운 구단이 기존 강팀을 따라잡으려면 경기장과 유소년 시스템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선수단에도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프리미어리그 규정이 구단주의 모든 투자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장 개선이나 팬 경험을 위한 투자처럼 선수단 지출과 구분해 다루는 영역도 있다.
그래서 재정 규정은 단순히 ‘부자 구단을 혼내기 위한 제도’라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재정 안정성과 새로운 투자, 그리고 경쟁의 균형 사이에서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다고 ‘번 돈만큼만 선수 사라’는 뜻도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이 단순히 “올해 1,000억 원 벌었으니 선수도 1,000억 원까지만 사세요.”라는 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는 2026/27시즌부터 기존의 수익성·지속가능성 규정(PSR)을 대신해 새로운 재정 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핵심 가운데 하나가 선수단 비용 비율(Squad Cost Ratio·SCR)이다.
이 제도는 선수단 관련 지출을 축구 관련 수입과 선수 판매 손익 등에 연동한다. 기본 기준은 85%다.
예를 들어 규정에 따라 계산한 구단의 수입과 선수 판매 손익 합계가 1,000억 원이라면, 선수단 비용의 기본 기준선은 850억 원이 되는 식이다.
다만 이것이 850억 원을 1원이라도 넘기면 곧바로 승점이 깎인다는 뜻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일정 범위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지출을 허용하고, 그 정도와 조건에 따라 부담금이나 스포츠 제재를 적용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선수단 비용에 포함되는 항목도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이적료만은 아니다. 선수와 감독의 급여, 이적료를 회계상 나누어 반영하는 비용, 에이전트 관련 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이적료의 상각이다.
가령 어떤 구단이 선수 한 명을 이적료 1,000억 원에 영입하고 5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보자.
단순화하면 회계장부에는 이적료 1,000억 원을 영입한 해에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계약 기간에 걸쳐 매년 200억 원씩 나누어 비용으로 인식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 선수의 연봉과 다른 관련 비용은 별도로 더해진다.
따라서 이적료 1,000억 원을 지불했다는 사실과 그해 선수단 비용이 1,000억 원 증가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물론 실제 회계 처리는 계약 조건과 관련 규정에 따라 달라지며, 이적료를 몇 년에 걸쳐 인정할 수 있는지에도 제한이 있다.
이런 이유로 축구 구단들은 선수의 계약 기간, 이적료 지급 방식, 선수 판매 시점까지 민감하게 계산한다.
선수 한 명을 영입하는 일이 동시에 여러 시즌의 재정 계획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구분할 점이 있다.
지금 설명한 SCR은 2026/27시즌부터 시행된 새 체계다. 맨시티가 문제 된 2009/10~2017/18시즌의 행위는 당시 적용되던 재정 규정과 회계 보고 의무를 기준으로 판단된 사건이다.
현재의 규정을 과거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맨시티 사건은 ‘돈을 너무 많이 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맨시티 사건으로 돌아오면 중요한 차이가 보인다.
이번 사건을 “석유 부자가 선수 너무 많이 사서 걸렸다.” 정도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2026년 9월 29일 프리미어리그가 발표한 독립위원회 판단에 따르면, 맨시티는 2009/10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일부 상업 계약에서 실제 계약관계를 잘못 표시한 이른바 ‘sham’ 계약 등을 이용해 수입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비용을 줄여 보이게 한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부정확한 회계자료를 제출하고 실제 재정 상태를 감사인과 축구 규제기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판단도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조사 과정에서 요구된 협조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했다는 판단 역시 포함됐다.
쉽게 말해, 단순히 선수에게 돈을 많이 지급했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구단이 실제로 벌어들인 돈과 지출한 돈을 규제기관에 정확하게 보고했느냐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예를 들어 구단주와 관련된 자금이 외부 기업의 정상적인 후원 수입인 것처럼 처리된다면, 장부상으로는 구단이 스스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재정 규제가 구단의 수입을 기준으로 지출 가능 범위를 계산한다면, 수입을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규정 준수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실제 계약관계와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했다면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의 당시 지출 제한을 상당한 규모로 위반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사실이 있다.
독립위원회의 위반 판단이 발표됐다는 것과 모든 법적·징계 절차가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것은 다르다.
맨시티는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고, 제재 문제도 별도의 절차로 남아 있다.

맨시티 우승컵도 정말 사라질 수 있을까?
여기부터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독립위원회는 중대한 재정 규정 위반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제재는 별도의 절차에서 다뤄지고 있다.
2026년 10월 2일 프리미어리그는 맨시티가 독립위원회 판단에 공식적으로 항소했다고 발표했다.
항소심은 독립적인 항소위원회가 담당하며, 관련 절차는 결과 공개가 허용되기 전까지 비공개로 진행된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상 독립위원회는 벌금이나 승점 삭감 등 여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우승 기록까지 박탈할 수 있을까?
이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는 있지만, 현재 확인된 공식 발표만으로 우승 박탈이 확정됐거나 특정 제재가 내려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재의 종류와 범위는 해당 규정, 사건의 판단 내용, 남은 징계 절차와 항소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맨시티 우승 박탈 확정” 같은 표현은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앞서간 것이다.
정확하게는 중대한 재정 규정 위반 판단이 나왔고, 제재 절차와 맨시티의 항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은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로운 공식 발표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돈 많은 팀이 강한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양키스가 돈을 많이 써서 ‘악의 제국’이라고 불리고, 과거 삼성에 ‘돈성’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처럼 프로스포츠에서 자금력은 분명 하나의 경쟁력이다.
돈이 많은 구단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가 고민하는 것은 그보다 한 단계 뒤의 문제다.
구단이 실제로 만들어낸 경제력과 구단주의 개인 재산을 어디까지 같은 것으로 인정할 것인가.
제한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구단주 재산 경쟁이 될 수 있고, 투자자가 떠난 뒤 구단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 부담을 떠안을 위험도 있다.
반대로 너무 강하게 제한하면 이미 큰돈을 벌고 있는 기존 명문 구단이 계속 유리해질 수 있다.
키움 같은 작은 구단에 갑자기 억만장자가 나타나도 선수단에 돈을 마음껏 쓰지 못한다면 그것이 정말 공정한 경쟁인지 묻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맨시티 사건은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을 더한다.
어떤 규칙을 만들든, 구단이 제출하는 수입과 지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 규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재정 규제의 기준을 정하는 것만큼 그 기준을 모든 구단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실제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확인하는 일도 중요한 이유다.
결국 현대 프로축구가 답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돈의 힘도 실력이라면, 그 힘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참고자료 및 출처
프리미어리그 — 맨체스터 시티 재정 규정 위반 판단 발표 (2026.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