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1억 원을 주웠다, 주인이 안 나타나면 정말 내 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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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우연히 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안을 열어보니 5만원권 다발이 가득 들어 있다. 세어보니 무려 1억 원.
주변을 둘러봐도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 돈을 경찰에 가져다주면 어떻게 될까? 주인이 나타나면 그냥 돌려주고 끝일까?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1억 원은 결국 누구의 돈이 될까?
뜻밖에도 우리 법에는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 제대로 신고한 사람에게는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생길 수 있고,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돈의 소유권 자체가 넘어올 수도 있다.

그냥 가져가면 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길에서 돈을 발견했다고 해서 먼저 주운 사람이 곧바로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실수로 잃어버린 돈은 주인이 없는 물건이 아니라 유실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웠다는 사실만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유실물법은 습득자가 물건을 신속히 유실자나 소유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관서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건물이나 교통수단처럼 관리자가 있는 장소에서 발견했다면 시설 관리자에게 인계하는 별도의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숫자가 7일이다.
유실물법 제9조에 따르면 습득일부터 7일 이내에 법에서 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은 보상금을 받을 권리뿐 아니라, 나중에 그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권리도 잃는다.
가령 길에서 현금 1억 원을 발견하고 집에 보관하다가 한 달 뒤 경찰에 제출했다면, 뒤늦게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서 잃어버린 권리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남의 돈임을 알면서 자기 돈처럼 사용하거나 가져간다면 형사책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돈을 발견한 순간보다 그다음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주인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정상적으로 신고했고 이후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고 해보자.
소유자가 확인되면 돈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습득자가 반드시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유실물법 제4조는 물건을 반환받는 사람이 습득자에게 물건가액의 5% 이상 20% 이하 범위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주운 돈이 정확히 1억 원이라면 계산은 다음과 같다.
- 5%: 500만 원
- 10%: 1,000만 원
- 20%: 2,000만 원
흔히 ‘주운 돈을 돌려주면 10%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법에서 보상금을 일률적으로 10%로 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또한 보상금은 경찰에 신고했다고 곧바로 자동 입금되는 돈이 아니다. 법정 범위 안에서 지급 문제가 정리되어야 하며,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청구기한도 주의해야 한다. 유실물법 제6조에 따르면 보상금은 물건을 반환한 후 1개월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
그러니 정상적으로 신고한 습득자라도 보상금에 관한 권리를 무기한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인이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법 제253조는 유실물을 법률에 따라 공고한 뒤 6개월 이내에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6개월은 단순히 돈을 주운 날부터 달력으로 여섯 달을 세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법에서 정한 공고 절차가 이루어진 뒤의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신고만 했다고 모든 경우에 자동으로 돈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습득자의 권리가 유지되어 있어야 하고, 반환받을 권리자가 없는지 등 필요한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민법 제253조에 ‘일정 금액 이하의 유실물만 습득자가 소유할 수 있다’는 금액 상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금이 10만 원이든 1억 원이든, 정상적인 유실물이고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면 액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 취득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물론 발견된 돈이 범죄와 관련된 자금이거나 소유관계에 별도의 문제가 있다면 단순한 유실물과 똑같이 처리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천만 원의 현금을 주운 사람이 돈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례가 있을까?
있다. 그것도 2026년에 보도된 사건이다.
실제로 쓰레기봉투에서 2,500만원이 발견됐다
2026년 2월 10일, 인천 제물포구 금곡동의 한 빌라 옆에서 헌옷을 수거하던 60대 남성이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다.
20리터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에 옷가지와 함께 현금 2,500만 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돈은 5만 원권 100장씩 묶인 다섯 뭉치였다. 한 뭉치가 500만 원이니 모두 합치면 정확히 2,500만 원이었다.
남성은 현금을 가져가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단순히 주인이 나타나기만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주변 탐문과 폐쇄회로(CC)TV 확인, 지문 감식 등을 진행했고 유실물 공고도 했다. 하지만 돈의 소유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법정 공고 기간이 지나도록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최초 발견자는 결국 현금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됐다.
그렇다면 남성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얼마였을까?
2,500만 원 전액은 아니었다.
2026년 10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남성은 그해 8월 세금과 공고 비용 등 총 577만 원을 제외한 1,923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사례에서 세금 22%와 공고 비용 등이 공제됐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다만 이것을 모든 유실물 습득에 동일한 공제율이 적용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실제 부담액은 소유권 취득 방식과 관련 세금·비용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거액의 돈을 발견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발견자가 신고했고, 경찰이 주인을 찾는 절차를 진행했으며, 법정 기간이 지나자 실제로 소유권 취득과 지급까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의 1억 원을 줍는다면?
다시 처음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길에서 1억 원을 발견했다. 경찰에 정상적으로 제출했고, 법에 따른 공고도 이루어졌다.
이후 공고 후 6개월 동안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습득자의 권리가 유지되고 다른 법적 문제가 없다면 민법 제253조에 따라 1억 원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다만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과 실제로 1억 원 전액을 비용 공제 없이 지급받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유실물법 제3조는 보관비와 공고비 등 필요한 비용을 물건을 반환받거나 소유권을 취득해 인도받는 사람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금 문제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을 취득한 뒤에도 3개월 이내에 경찰서 등에서 물건을 받아가지 않으면 그 소유권을 잃으므로, 수령 절차까지 마쳐야 한다.
반대로 주인이 나타난다면 돈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이때 정상적인 습득자라면 법에서 정한 5~20% 범위의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1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이다.
즉 같은 1억 원을 주웠더라도 이후 상황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주운 돈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냐’보다 ‘어떻게 했느냐’
1억 원이라는 숫자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저 정도 큰돈도 정말 주운 사람의 것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법은 단순히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유실물의 소유권 취득을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그 돈이 어떤 경위로 발견됐고, 습득자가 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켰으며,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 기간이 지났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인천의 2,500만 원 사건은 이 원칙을 실제로 보여준다. 신고하지 않고 가져갔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됐겠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발견자는 결국 돈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물론 소유권 취득 후에도 세금이나 공고 비용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길에서 발견한 돈은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다.
하지만 주인을 찾는 법적 절차를 성실하게 거쳤는데도 끝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돈이 합법적으로 습득자의 소유가 되는 길은 열려 있다.
거액의 현금을 주웠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돈을 세어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고하는 일인 셈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광주방송 — 쓰레기봉투 속 2,500만원, 주인 안 나타나 최초 발견자 손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253조(유실물의 소유권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