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없던 시절, 100년 전 스포츠 기록은 어떻게 남겼을까?

카테고리:
지금은 검색창에 선수 이름만 입력하면 수십 년 전의 경기 기록까지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다. 100년도 더 된 야구 선수의 타율부터 오래전 올림픽 우승자, 특정 경기의 점수까지 찾아볼 수 있으니 궁금해진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이 수많은 스포츠 기록은 누가 어떻게 보관했을까?
그 출발점에는 경기장에서 작성한 종이 기록이 있었다. 기록원이 적은 숫자가 리그의 장부와 신문에 남았고, 훗날 연구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자료를 찾아 대조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오늘날의 데이터가 됐다. 우리가 몇 번의 검색으로 확인하는 기록은 이처럼 여러 세대의 손을 거쳐 살아남았다.
1. 스포츠 기록의 시작은 종이와 연필이었다
과거 스포츠 경기에서는 기록원이 경기장에 앉아 점수와 선수들의 성적을 직접 적었다. 종목마다 기록하는 항목은 달랐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용을 남기고 종료 후 공식 결과로 정리한다는 기본적인 방식은 비슷했다.
이때 사용한 것이 기록지, 경기 결과표, 장부였다. 다만 모두 같은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경기장의 기록지가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담는 자료라면, 리그의 장부는 여러 경기의 숫자를 모아 선수별·팀별 성적을 관리하는 자료였다.
야구에서는 공식 기록원이 정리한 경기별 보고서가 리그 사무국으로 전달됐고, 이를 바탕으로 시즌 기록을 집계했다. 오늘날의 데이터 입력과 처리 과정을 사람이 종이 위에서 수행했던 셈이다.
물론 기록지가 분실되거나 숫자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기도 했다. 오래된 기록이 지금까지 남은 것은 종이가 튼튼해서만이 아니라, 경기 결과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체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경기 기록을 종이 스코어카드에 직접 남겼다.
2. 야구는 기록을 남기는 방법까지 발전시킨 스포츠였다
야구는 스포츠 기록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어느 팀이 이겼는지만으로는 경기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워, 누가 안타를 쳤고 몇 점을 올렸으며 어떤 실책이 있었는지까지 기록해 왔다.
19세기 미국의 스포츠 기자 헨리 채드윅(Henry Chadwick)은 이런 기록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그는 1859년 현대적인 야구 박스스코어의 초기 형태를 만들었다.
박스스코어(Box Score)는 경기 결과를 선수별·팀별 숫자로 요약한 표다. 채드윅은 크리켓의 기록 방식에서 영향을 받아 야구에 맞는 통계와 기록 형식을 발전시켰으며, 오늘날 익숙한 선수별 성적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중요한 변화는 경기 내용을 문장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선수와 경기를 비교할 수 있는 숫자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신문에 ‘어느 선수가 맹활약했다’고 쓰는 것과 ‘몇 번 타격해 안타를 몇 개 쳤다’고 남기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른 경기의 성적과 합치거나 비교할 수 있다.
이런 기록 형식이 자리 잡으면서 한 경기의 활약은 그날의 기사로 끝나지 않고, 선수의 시즌 성적과 통산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3. 종이 기록은 어떻게 시즌 타율이 됐을까?
한 경기의 기록을 시즌 통계로 만들려면 경기마다 쌓인 숫자를 합쳐야 한다. 어떤 선수가 첫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다음 경기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면 합계는 7타수 3안타가 된다.
타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타율 = 안타 수 ÷ 타수
따라서 7타수 3안타의 타율은 약 0.429다. 계산 자체는 간단하지만, 수많은 선수가 한 시즌 동안 치른 경기의 숫자를 빠짐없이 모으는 일은 별개의 문제였다.
레트로시트(Retrosheet)가 소개한 미국 프로야구 공식 기록의 역사에 따르면, 리그 담당자는 경기별 보고서를 받아 선수들의 성적을 커다란 장부에 옮겨 적었다. 선수와 날짜에 따라 기록을 누적할 수 있도록 칸이 마련돼 있었으며, 시즌이 끝나면 이를 합산해 최종 성적을 정리했다.
오늘날에는 컴퓨터가 처리하는 작업을 사람이 맡았으므로 확인 과정도 중요했다. 예를 들어 투수들에게 기록된 탈삼진 합계와 상대 타자들에게 기록된 삼진 합계가 맞지 않는다면, 어느 경기에서 숫자가 잘못 적혔는지 찾아야 했다.
시즌 타율 하나도 단순히 나눗셈만 해서 얻은 숫자는 아니었다. 경기별 기록을 모으고, 옮겨 적고, 서로 맞는지 대조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했다.
4. 신문은 스포츠 기록을 널리 퍼뜨리는 또 하나의 저장소였다
경기 기록은 리그 사무국에만 보관된 것이 아니었다. 스포츠 기자들이 경기 결과와 선수들의 활약을 신문에 실었고, 독자들은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점수와 주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스스코어는 긴 경기 내용을 작은 지면에 담을 수 있어 특히 유용했다.
당시에는 독자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한 자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은 사라진 경기 기록을 되찾는 단서가 됐다. 공식 기록지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당시의 점수표와 기사를 찾으면 누가 출전했고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닝별 상황을 자세히 적은 기사라면 출루와 득점 과정까지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신문의 숫자를 그대로 정답으로 삼을 수는 없다. 기자가 상황을 잘못 이해했거나 인쇄 과정에서 오탈자가 생겼을 수 있고, 같은 경기를 다룬 신문끼리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 기록을 복원하는 작업에는 자료를 찾는 능력뿐 아니라 서로 다른 기록을 대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자료의 빈칸을 다른 자료가 채워 주기도 하고, 여러 자료를 비교하다 오래된 오류가 드러나기도 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신문은 경기 결과를 전달하는 동시에 스포츠 기록을 보존하는 중요한 매체였다.
5. 그렇다면 100년 전 기록은 어떻게 인터넷에 올라왔을까?
종이 자료를 보존하는 것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오래된 기록이 남아 있어도 누군가 내용을 읽고 전자 데이터로 옮겨야 컴퓨터에서 계산하고 검색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9년 시작된 미국의 야구 기록 복원 프로젝트 레트로시트(Retrosheet)다. 이 단체는 과거 메이저리그의 경기 진행 기록을 수집·복원하면서 구단 기록지와 기자들의 자료,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해 왔다.
옛 리그 장부를 디지털 자료로 바꾼 과정은 특히 흥미롭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는 선수별 경기 성적을 적은 리그 장부들이 보관돼 있었는데, 명예의 전당은 이를 마이크로필름으로 복제했다. 마이크로필름은 문서를 작은 필름에 촬영해 보존하는 방식으로, 오래된 신문과 장부를 보관하는 데도 사용됐다.
레트로시트는 1990년대에 이 필름의 복제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자원봉사자들이 장부 속 숫자를 읽어 스프레드시트에 직접 입력하고, 경기 기록의 대조와 처리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파일로 변환했다.
종이 장부 → 마이크로필름 → 사람이 입력한 전자 표 →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이터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선수별 합계만으로 경기의 모든 순간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선수가 안타 두 개를 쳤다는 기록과, 그 안타를 몇 회에 누구를 상대로 쳤는지 알려주는 기록은 정보의 깊이가 다르다.
경기 진행 자료가 불완전한 경우에는 신문 기사와 박스스코어 등을 비교해 빠진 상황을 추론하기도 한다. 레트로시트는 이런 방식으로 복원한 경기 기록을 별도로 구분한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오래된 데이터에는 원본을 옮긴 기록뿐 아니라, 남은 단서를 맞춰 재구성한 기록도 포함돼 있는 셈이다.

오래된 신문은 마이크로필름 등의 형태로 보존됐으며, 이러한 역사 자료는 과거 스포츠 기록을 조사하고 디지털화하는 데 활용된다.
6. 오래된 스포츠 기록은 지금도 수정될 수 있다
오래전에 발표된 기록이라고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거나 집계 오류가 발견되면 이미 알려진 숫자도 다시 검토할 수 있다. 레트로시트 역시 복원한 경기 내용과 공식 통계가 맞지 않는 부분을 조사한다.
이때는 당시의 기록 기준도 살펴야 한다. 야구에서는 1887년 볼넷을 안타로 계산했던 시기가 있었다. 현재의 기준에 익숙한 사람이 옛 기록을 읽으면 이상하게 느낄 수 있지만, 먼저 그 숫자가 어떤 규칙 아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록을 바로잡는 일은 틀린 숫자를 찾아 고치는 작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료가 작성된 시대의 규칙과 집계 방식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기준의 성적을 어떻게 비교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록이 없다는 것과 실제로 그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다르다. 자료가 부족한 경기는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을 뿐, 빈칸을 마음대로 채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
7. 스포츠 기록은 숫자이면서 동시에 역사다
검색창에서 확인한 오래된 타율은 경기장에서 작성한 기록과 리그의 집계, 자료의 보존, 후대의 입력과 검증을 거친 결과다. 숫자 하나 뒤에 어떤 자료와 작업이 있었는지 알면 스포츠 통계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 기록이 디지털화됐다고 확인 작업까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자료를 발견한 사람이 기존 숫자와 비교하고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오래된 경기의 모습은 지금도 조금씩 더 정확해질 수 있다.
100년 전 기록을 오늘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 남겼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믿고 읽으려면 누군가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