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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대역전, 룰라는 어떻게 1차 투표 패배를 뒤집었나

브라질 룰라 지지자들이 붉은 옷을 입고 집회에 모인 가운데, 손가락 아홉 개를 그린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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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5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예상 밖의 역전극이 펼쳐졌다. 1차 투표에서 패배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꺾고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확보한 것이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TSE)이 발표한 최종 집계에서 룰라는 유효투표의 51.79%인 6,425만 6,232표를 얻었다. 플라비우는 48.21%인 5,982만 6,041표에 그쳤으며, 두 후보의 격차는 약 443만 표였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0월 4일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는 47.03%를 기록하며 룰라의 45.16%를 앞섰다. 브라질 대선에서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브라질 유권자들은 왜 마지막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을까?

2026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과 비교표. 1차 투표에서는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47.03%로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51.79%로 역전한 결과

1차 투표의 패배, 결선투표의 승리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확보한 추가 득표다.

1차 투표 당시 룰라가 얻은 표는 약 5,388만 표였지만, 결선에서는 약 6,426만 표로 늘었다. 1,000만 표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면 플라비우는 약 5,610만 표에서 5,983만 표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 차이가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대거 룰라로 돌아섰다는 뜻은 아니다. 1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이동과 결선투표 참여 확대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결선투표의 기권율은 약 19.2%로, 1차 투표의 21.08%보다 낮아졌다. 룰라 진영은 온라인과 거리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막판 추격에 속도를 냈다.

여기에 플라비우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잇달아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책 경쟁 못지않게 후보의 태도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법 개정 발언이 불러온 민주주의 논쟁

논란의 시작 중 하나는 10월 초 플라비우가 내놓은 헌법 개정 발언이었다.

그는 보수 진영이 의회에서 확보한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해 헌법을 바꾸고 브라질을 ‘재민주화’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브라질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1964년 시작된 군사독재가 1985년 끝났고, 이후 민주화 과정의 결실로 1988년 헌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재민주화’ 발언은 야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특히 플라비우의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헌법 개정 구상이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플라비우는 이후 자신의 발언이 헌법 전체를 교체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법제도 개편, 형사책임 연령 인하, 세제 개편, 대통령 재선 제도 변경 등 구체적인 헌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이 발언을 군사독재 복귀 선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억이 여전히 중요한 브라질에서, 헌법을 둘러싼 논란은 선거 막판의 민감한 쟁점이 됐다.

‘아홉 손가락’ 발언, 노동자의 상처를 건드리다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10월 23일 TV 글로보 대선 토론회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플라비우는 세금과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룰라를 향해 한 손으로 주고 아홉 손가락으로 가져간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문제는 룰라가 실제로 손가락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룰라는 17세였던 1964년 금속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 사고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이후 노동운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그의 이력에서 이 사고는 노동자의 삶을 상징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룰라는 토론 도중 해당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이 노동 현장에서 손가락을 잃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플라비우는 상대를 불쾌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면은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노동 경험과 계층 인식에 관한 논쟁으로 번졌다.

룰라에게는 노동자 출신이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다시 부각할 기회였지만, 플라비우에게는 상대 후보를 공격하려던 발언이 오히려 자신의 태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다만 이 장면 하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표심 이동을 일으켰는지는 별도의 자료 없이는 판단하기 어렵다.

브라질 대선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룰라 대통령이 무대에서 서로 마주 보고 발언하는 모습

5세 소녀의 죽음이 다시 등장한 대선 토론회

같은 토론회에서는 2021년 발생한 아나 클라라 고메스 마샤두 사망 사건도 쟁점이 됐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나 클라라는 리우데자네이루주 니테로이에서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건과 관련해 경찰관 브루누 디아스 델라롤리가 기소됐지만, 사건의 책임을 다투는 재판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플라비우가 이 경찰관의 변호인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선거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변호인단이 배심재판 회부와 관련해 제기한 상급심 불복 절차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월 23일 토론회에는 숨진 소녀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룰라가 플라비우의 변호 이력을 문제 삼자 플라비우는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어머니를 숨진 딸의 이름인 ‘아나 클라라’로 잘못 부르는 실수를 했다.

이 장면은 브라질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다. 경찰의 공권력 행사와 시민의 안전이라는 문제가 대통령 후보의 판단 및 태도와 연결된 것이다.

다만 경찰관은 아직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가 아니며, 형사 피고인을 변호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나 불법행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변호인의 역할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을 대하는 정치인의 태도와 공공안전에 관한 입장에 있었다.

선거 막판 등장한 인종차별 논란

투표 전날인 10월 24일에는 플라비우 지지 행사에서 촬영된 영상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선거 행사에서 백인 남성이 흑인 남성을 사슬로 연결해 끌고 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영상 속 흑인 남성은 룰라를 조롱하는 표현과 연관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은 브라질의 노예제 역사와 인종차별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브라질 인종평등부는 해당 행위가 인종차별에 해당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계 기관에 조사를 요청했다.

브라질은 인종과 피부색에 따른 불평등이 오랫동안 사회적 쟁점이었던 나라다. 정치적 풍자라는 설명이 있더라도 흑인을 사슬로 묶어 표현한 장면이 강한 비판을 부른 배경이다.

다만 논란의 당사자가 플라비우 후보 본인은 아니며, 이 사건으로 특정 인종 집단의 표가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확인된 통계도 없다.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커진 룰라의 지지층 동원

이번 역전극을 플라비우의 실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룰라 진영의 조직적인 지지층 동원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브라질 공영통신사 아젠시아 브라질에 따르면 룰라 캠프는 온라인 선거운동을 강화하며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연방 하원의원 안드레 자노니스가 관여한 ‘룰라의 군대’라는 온라인 조직은 1,000만 명 이상을 결집한 것으로 보도됐다. 거리에서는 사회운동 단체와 학생들이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1차 투표 당시 룰라를 선택하지 않았던 유권자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결선투표에 끌어들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플라비우는 집권 기간의 경제 성과, 생활비 부담, 치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결선투표에서도 약 5,983만 표를 얻을 만큼 상당한 지지를 유지했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는 메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두 진영을 공정하게 대우하는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벌어졌다. 룰라 진영은 차별적 노출 문제를 제기했지만, 메타는 양측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사안 역시 메타가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의 승리를 도왔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선거는 한 후보의 실수만으로 설명되는 사건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와 기존 정부를 지지하는 유권자 사이에서 결선투표의 참여와 결집이 승부를 가른 사례에 가깝다.

선거는 끝났지만 브라질의 갈등은 계속된다

룰라는 이번 승리로 통산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플라비우는 투표 시간 연장 결정 등을 문제 삼으며 결과에 불복했고, 선거 결과의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 선거 당국은 공식 개표 결과에 따라 룰라의 승리를 발표했다.

의회 구도 역시 새 정부에 부담이다. 플라비우가 속한 자유당(PL)은 총선에서 하원과 상원 모두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으며, 브라질 의회 전체에서도 보수 진영이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룰라는 집권 이후 주요 개혁 과제를 추진할 때 상당한 정치적 협상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1월 5일 시작될 예정인 네 번째 임기에는 생활비와 재정 문제, 치안, 정치적 양극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브라질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 룰라에게 다시 한 번 국정을 맡겼다. 그러나 약 6,00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상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이 나라의 분열이 여전히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대역전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더 큰 실수를 했느냐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쪽이 승리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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