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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언어가 다른 이유, 국경을 넘으면 말도 달라질까?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지역의 풍경, 국경과 언어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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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이나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지도를 바라보면 묘한 궁금증이 생긴다.

강 이쪽은 북한이고, 건너편은 중국이다. 멀리 떨어진 섬도 아닌데, 우리는 한쪽에서는 한국어를, 다른 쪽에서는 중국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긴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서로 다르다. 땅은 이어져 있는데, 사람들의 말은 왜 다를까? 국경선이 생기면서 언어도 함께 나뉜 것일까?

그런데 이 질문에는 먼저 짚어 볼 전제가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경계가 정말 국경과 같을까?

답을 찾으려면 지도에서 잠시 눈을 떼고, 사람들이 누구에게 말을 배우고 누구와 대화하며 살아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은 왜 서로 다른 언어를 쓰게 됐을까?

아이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언어를 배운다. 성장하면서 친구와 이웃의 표현을 익히고, 그렇게 배운 말을 다시 다음 세대에 전한다.

하지만 언어는 그대로 복사되지는 않는다. 익숙한 단어가 새로운 뜻으로 쓰이고, 발음이 달라지거나 전에 없던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조선 시대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은 사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변한다.

이때 모든 지역에서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 공동체에서 유행한 표현이 다른 곳에는 전해지지 않을 수 있고, 같은 단어의 발음이 지역마다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으면 이런 차이가 오래 쌓이기 쉽다. 반대로 교역이나 이주로 자주 만나면 새로운 말이 퍼지고, 서로의 표현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땅이 이어져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늘 교류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산맥이나 강뿐 아니라 생활권과 사회적 관계도 누가 누구와 대화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언어를 전하는 것은 국경선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들이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말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지가 중요하다.

그 원리는 먼 나라를 찾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경도 없는데 서울과 부산의 말이 다른 이유

서울 사람과 부산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두 사람은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억양과 단어, 문장 끝에 붙이는 표현에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체로 이해하면서도, 몇 마디만 듣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 짐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지역적 언어 차이를 흔히 사투리, 즉 지역 방언이라고 부른다.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다른 지역 사람보다 가까운 이웃과 대화할 기회가 훨씬 많았다. 가족과 마을에서 익힌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지역마다 특정한 말투와 발음이 이어질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지역의 말을 쉽게 접한다. 진학과 취업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쌓인 차이가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집에서는 지역 말을 쓰다가 직장이나 낯선 사람 앞에서는 표준어에 가까운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생활권과 교류의 역사가 다르면 말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투리가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별개의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 방언을 구분할 때는 말의 차이뿐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 인식도 함께 작용한다. 사투리는 지역별 언어 변화를 이해하는 가까운 사례이지, 모든 언어의 탄생을 설명하는 공식은 아니다.

이웃한 나라의 언어가 모두 사투리에서 갈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과 부산의 말이 다른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중국어와 러시아어의 차이까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어는 중국티베트어족에, 러시아어는 인도유럽어족의 슬라브어파에 속한다. 두 언어는 단순히 국경 양쪽 마을의 말이 조금씩 달라진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역사적 계통의 언어가 어떻게 가까운 곳에서 사용될까?

여기에는 사람들의 이동과 국가의 영토가 변해 온 과정이 들어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고 다른 공동체와 교역하거나 전쟁을 치른다. 국가가 영토를 넓히면서 기존 주민들이 새로운 통치 아래 들어가기도 한다.

현재의 국경은 그런 변화가 쌓인 결과다. 오늘 지도에서 이웃한 두 지역이라고 해서, 그곳의 주민들이 언제나 같은 공동체에 속해 같은 말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경 양쪽의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국경이 두 언어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던 사람들이 이웃하게 된 뒤 그 사이에 국경이 놓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경을 건넌 사람들이 기존의 말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은 그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 땅인데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동북부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 공동체가 살아간다. 대표적인 곳이 지린성의 연변조선족자치주다.

이곳에서는 중국어뿐 아니라 조선어도 사용한다. 두 언어가 함께 적힌 간판을 볼 수 있고, 가정과 공동체에서도 조선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 조선어는 한국어를 가리키는 명칭이지만, 오랜 지역적 역사와 중국어와의 접촉을 반영한 표현상의 차이도 있다.

그 배경에는 한반도에서 중국 동북부로 이어진 인구 이동이 자리한다. 특히 근대에 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정착지에서도 가족과 이웃 사이에서 말을 이어 갔다.

다른 나라에 터를 잡는다고 모국어가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자녀에게 말을 가르치고 공동체 안에서 사용하면, 국경 밖에서도 언어가 다음 세대로 전해질 수 있다.

물론 연변의 모든 주민이 조선어를 쓰는 것은 아니다. 중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두 언어를 함께 쓰는 사람도 있다.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세대와 생활환경에 따라 사용 양상이 달라진다.

이 사례를 보면 ‘중국에서는 중국어, 한국에서는 한국어’라는 구분만으로 실제 언어생활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국경을 건너면 나라는 달라져도, 사람들이 쓰는 말까지 반드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국 지린성 연길시 공원로에 한국어와 중국어로 함께 표시된 상점 간판

중국 연길 한국어·중국어 병기 간판

그렇다면 국경은 언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까?

국경이 언어를 단번에 갈라놓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어떤 말을 배우고 사용하는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국경 양쪽에서 교육과 행정, 일하는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말과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가 다를 수도 있다. 수업과 시험에서 특정 언어를 계속 사용하면 그 언어로 읽고 쓰는 능력이 발달하고, 새로운 지식과 표현도 익히게 된다.

행정기관과 법원,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언어를 알아야 서류를 작성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취업할 수 있는지는 일상적인 언어 선택에 영향을 준다. 방송과 출판물 역시 자주 접하는 어휘와 표현을 바꿀 수 있다.

처음에는 비슷한 말을 사용하던 두 지역이라도, 오랫동안 서로 다른 언어로 교육받고 생활한다면 언어 사용에 차이가 커질 수 있다. 가정에서 자녀에게 어떤 말을 전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모습도 달라진다.

그렇다고 국가가 언제나 하나의 언어만 퍼뜨리는 것은 아니다. 소수 언어를 보호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으며, 여러 언어가 공적인 영역에서 함께 쓰이는 나라도 있다.

결국 국경의 영향은 선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선을 중심으로 달라지는 교육과 제도, 교류 환경이 오랜 시간 언어생활을 바꾸는 것이다.

언어의 경계는 지도 위의 선처럼 뚜렷하지 않다

지도에서는 국경을 하나의 선으로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말은 그처럼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서울과 부산의 말에서는 국경 없이도 생기는 차이를, 연변에서는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언어를 볼 수 있다. 두 언어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집과 학교, 직장에서 사용하는 말이 각각 다를 수도 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압록강이나 두만강 건너편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강물 자체가 말을 바꿔 놓은 것은 아니다.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교류, 언어를 배우고 전해 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강 건너편에서 우리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나라별 언어를 이해하려면 국경이 어디에 그어졌는지만 봐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어울리며 어떤 말을 자녀에게 전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국경은 지도 위에 선을 긋지만, 사람들이 쓰는 말까지 그 선에 맞춰 딱 끊어 놓지는 못한다.

참고 자료 및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