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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왜 지역 연고가 강할까? 인천 구단의 역사와 NC 창단으로 보는 한국 프로야구

관중들이 응원하는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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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부모를 따라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를 보다가 지금은 자녀와 함께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가족도 있다. 선수와 감독은 물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까지 바뀌는데, 팬들은 무엇을 보고 같은 팀을 계속 좋아하는 걸까?

프로야구에서 ‘우리 팀’이라는 말에는 현재의 선수단만 들어 있지 않다. 어릴 때 찾아갔던 야구장, 가족과 함께 본 경기, 친구들과 나눴던 승부 이야기도 함께 담긴다. 지역 연고는 이런 기억이 쌓일 장소를 제공한다. 그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구단이 떠났던 인천과 새 구단을 맞이한 창원의 역사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는 지역 대결을 전제로 출발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처음부터 지역별로 구단을 배치했다. MBC 청룡은 서울,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경남,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경북, 해태 타이거즈는 광주·전라,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경기·강원, OB 베어스는 대전·충청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오늘날의 연고 도시보다 넓은 권역을 맡긴 구조였다.

팬에게 지역은 새로 생긴 구단을 구별하는 익숙한 기준이 될 수 있었다. 기업 이름이나 선수단에 아직 애정이 없더라도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이유로 응원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 역시 특정 지역에서 홈경기를 반복하며 관중과 관계를 쌓을 기반을 얻었다.

지역 팬덤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야구와 유럽 축구에도 도시를 대표하는 오래된 구단들이 있다. KBO의 특징은 다른 나라보다 무조건 충성도가 높다는 데서 찾기보다, 지역별 구단 배치가 리그의 출발점이었고 그 관계가 오랜 시간 축적됐다는 데서 찾는 편이 정확하다.

연고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만, 팬심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구단의 연고지는 리그와 구단이 정할 수 있지만, 주민이 그 팀을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결정할 수는 없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좋아하는 선수나 가족의 영향, 처음 야구를 접한 시기에 따라 응원팀은 달라진다.

가령 부모를 따라 야구장에 다니던 아이에게는 승패만큼 관람 경험이 중요할 수 있다.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경기 뒤 음식을 먹고, 다음 날 친구들과 역전승을 이야기하는 일이 반복되면 구단은 생활의 일부가 된다. 이 경우 다른 도시로 이사한다고 해서 응원팀까지 바뀔 이유는 없다. 주소는 달라져도 그 팀과 함께한 시간은 남기 때문이다.

이것은 팬심을 이해하는 하나의 설명이지, 모든 팬에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 연고의 복잡함은 구단을 따라가는 애정과 도시에 남는 애정이 서로 갈라질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인천에서 구단이 떠났을 때, 팬들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인천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로 구단이 이어졌다. 운영 기업과 이름이 바뀌어도 같은 지역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2000년 현대가 수원으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해 인천에 등장한 SK 와이번스는 현대가 이름을 바꾼 팀이 아니었다.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로 창단한 구단이었으며, 현대와는 별개의 역사를 갖는다.

따라서 인천의 야구를 설명할 때는 두 흐름을 나눠야 한다. 삼미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것은 구단의 계보이고, 그 팀들을 인천에서 응원해 온 것은 도시의 야구 경험이다. 현대가 떠났다고 인천에서 치렀던 경기와 팬들의 기억까지 수원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팬 개인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익숙한 선수들이 있는 현대를 계속 응원할 수도 있고, 인천에서 홈경기를 치르는 SK에 마음을 줄 수도 있었다. 어느 선택이 더 올바른 지역 팬심이라고 정할 수는 없다.

SK가 인천에서 활동하다 SSG 랜더스로 이어진 뒤에도 두 계보가 하나로 합쳐진 것은 아니다. 다만 도시의 관점에서는 삼미·태평양·현대를 보던 시절과 SK·SSG를 응원하는 시절이 모두 인천 야구의 역사에 포함될 수 있다.

인천 문학야구장 일대의 경기장 전경

인천 프로야구의 역사는 구단의 이름과 연고지가 바뀌며 복잡한 흐름을 만들어왔다.

현대 유니콘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관계가 복잡한 이유

현대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고, 2008년에는 그 선수단을 중심으로 히어로즈가 출범했다. 이 때문에 히어로즈를 현대의 후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이어졌다는 사실과 구단의 기록을 공식 승계했다는 의미는 구분해야 한다.

같은 선수들이 새 유니폼을 입고 뛰더라도 이전 구단의 우승과 연혁이 자동으로 새 구단의 기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공식 기록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선수와 팬 사이의 관계까지 끊기는 것도 아니다.

인천의 역사가 복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단의 계보, 선수단의 이동, 연고 도시, 팬의 응원은 각각 다른 경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네 가지를 하나의 화살표로 묶으려 하면 현대와 히어로즈, SK와 SSG의 관계를 혼동하기 쉽다.

창원에 NC 다이노스가 생기자 롯데 팬들은 어떻게 됐을까?

창원은 기존 팬층이 있는 지역에 새로운 팀이 들어선 사례다. NC가 등장하기 전에도 마산에서는 롯데의 홈경기가 열렸으므로, 지역 주민에게 프로야구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었다.

NC는 2011년 창단한 뒤 2013년 1군 무대에 참가했다. 진입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갈등도 있었다. 2012년 KBO 이사회 표결에서 기존 여덟 구단 가운데 롯데만 반대했는데, 당시 보도에 나온 쟁점은 당초 계획보다 1군 참가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였다. 이 표결만으로 롯데의 반대 이유 전체를 연고지 경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팬들의 선택 역시 구단 사이의 입장과는 별개다. 오랫동안 롯데를 응원한 창원 주민에게 새 팀으로 옮길 의무는 없고, NC의 경기를 보며 자란 아이에게는 NC가 가장 익숙한 팀이 될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서로 다른 응원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NC가 자체적인 관중 기반을 키운 흔적은 실제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9월 28일에는 시즌 누적 홈 관중이 73만1,167명에 도달하며 당시 구단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이것이 기존 롯데 팬들이 얼마나 NC로 이동했는지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NC가 창원에서 자신만의 관람 수요를 축적했다는 사실이다.

창원NC파크 야구장 전경

창원에 새롭게 자리 잡은 NC 다이노스는 지역 팬들과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왔다.

지역 연고는 왜 세대를 넘어 이어질까?

삼성과 롯데처럼 오랫동안 같은 이름과 주요 연고 도시를 유지한 구단도 있고, 해태에서 KIA로, MBC에서 LG로 운영 주체가 바뀐 구단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팬들이 느끼는 팀의 정체성이 기업 이름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모가 응원하던 구단의 옛 경기를 자녀가 영상으로 보고, 가족끼리 과거 선수와 현재 선수를 비교하면 서로 다른 시대의 야구가 하나의 대화로 이어진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우승도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로 익숙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역 팬덤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이 지역에서 경기를 열고, 새로운 관중이 찾아갈 이유를 만들며, 기존 팬이 다음 세대와 함께 관람할 기회를 제공해야 관계가 이어진다. 지역 연고는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계속 쌓아야 하는 경험이다.

결국 ‘우리 팀’은 누가 정하는 걸까?

인천과 창원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인천에서는 팀이 떠나도 도시에 야구의 기억이 남았고, 창원에서는 새 팀이 들어와도 기존 응원이 곧바로 사라질 이유가 없었다.

KBO의 지역 연고는 출범 당시의 구단 배치에서 시작됐지만, 제도만으로 지금의 팬심을 설명할 수는 없다. 구단을 계속 따라가는 사람과 현재 사는 도시의 팀을 선택하는 사람 모두 나름의 경험을 통해 ‘우리 팀’을 정한다.

프로야구에서 연고지는 경기를 치를 곳을 정하지만, 팬심은 그 경기를 누구와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 부산을 떠나서도 롯데를 응원하거나, 창원에 사는 이웃끼리 다른 유니폼을 입는 모습은 그 관계가 얼마나 오래가고 또 다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해 질 무렵 비어 있는 야구장의 관중석과 그라운드

야구장의 공간과 그곳에서 쌓은 추억은 지역 팬들의 소속감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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